나침반의 미스터리에서 시작된 탐구: 에드먼드 헬리의 기묘한 지구공동설

2026년 5월 30일 토요일

나침반의 미스터리에서 시작된 탐구: 에드먼드 헬리의 기묘한 지구공동설

우리가 흔히 '헬리 혜성'의 발견자로 잘 알고 있는 에드먼드 헬리(Edmond Halley)는 17세기와 18세기 과학 혁명기를 이끈 위대한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입니다. 그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혜성의 주기를 계산하여 예측에 성공했고, 친구인 아이작 뉴턴이 프린키피아(Principia)를 집필하고 출판할 수 있도록 재정적, 학술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인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처럼 철저한 관측과 계산을 중시하던 천문학자가 인류 역사상 가장 대표적인 유사과학이자 음모론의 소재인 '지구공동설(Hollow Earth Theory)'을 최초로 제안했다는 사실은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당시 최고의 과학 강국이었던 영국의 왕립학회 회원이었던 헬리는 왜 지구 속이 비어있다는 기묘한 주장을 펼쳤을까요? 그가 남긴 이론의 과학사적 배경과 논리적 흐름을 살펴보겠습니다.

초보자의 눈으로 본 편각의 의문과 헬리의 발견

자료를 조사하면서 가장 먼저 놀란 것은 17세기 당시 영국 해군에게 나침반 편각이 목숨이 걸린 중대한 문제였다는 점입니다. 당시는 대항해 시대였기에 나침반의 방향이 몇 도만 틀어져도 배가 완전히 다른 곳으로 흘러가 난파될 수 있었습니다.

헬리는 직접 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며 지구 자기장 데이터를 수집했던 열정적인 연구자였습니다. 그는 매년 달라지는 자기장 데이터를 보며 다음과 같은 의문을 품었다고 합니다. "만약 지구가 속이 꽉 찬 단단한 자석이라면, 어떻게 자기장의 극이 매년 스스로 위치를 바꿀 수 있는가?"

이 의문을 풀기 위해 헬리가 도출해 낸 결론은 현대의 제 상식을 완전히 뒤흔들었습니다. 그는 지구 내부에 또 다른 회전하는 천체들이 들어있기 때문에 자기장이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양파를 닮은 지구 내부: 헬리의 3층 구조 가설을 분석해보다

헬리가 1692년 영국 왕립학회에 발표한 논문 속 지구 내부 지도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 마치 양파의 단면이나 천체 궤도 모형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헬리가 상상한 지구는 겉 지각 아래에 서로 다른 자전 속도를 가진 세 개의 동심원 구체가 겹겹이 들어차 있고, 그 가장 중심에 내핵이 떠 있는 구조였습니다.

  • 가장 바깥쪽 지각의 두께는 약 800킬로미터입니다.
  • 그 아래 공간에 수성 크기의 구체, 금성 크기의 구체, 화성 크기의 구체가 차례로 들어있습니다.
  • 이 구체들은 각자 미세하게 다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습니다.

헬리의 논리를 따라가 보니 왜 이런 구조를 생각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바깥쪽 지각과 내부의 구체들이 서로 다른 속도로 돌면서 자기장의 중심이 계속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고, 이것이 지상 나침반 바늘의 미세한 각도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비록 현대 과학 기준에서는 틀린 가설이지만, 당시의 관측 데이터를 어떻게든 논리적으로 설명하려 했던 그의 수학적 집념에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내부 생명체와 오로라 미스터리

조사를 계속해 나가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헬리가 상상한 지구 내부의 환경이었습니다. 태양 빛이 전혀 닿지 않는 지구 내부에 사는 생명체들은 어떻게 빛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헬리는 이미 그 해결책까지 고민해 두었습니다.

그는 지구 내부의 대기가 스스로 빛을 발하거나, 내부 구체들 사이에 빛나는 특수한 대기 물질이 채워져 있을 것이라고 가정했습니다. 더 나아가 극지방에서 밤하늘을 수놓는 오로라 현상을 보고, 이 내부의 빛나는 기체가 극지방의 구멍을 통해 지상 밖으로 새어 나온 흔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나침반 바늘의 움직임과 오로라라는 전혀 다른 두 가지 자연현상을 '지구공동설'이라는 하나의 가설로 엮어낸 헬리의 상상력은, 제게 단순한 유사과학이 아닌 당대 최고 지성의 치열한 지적 모험으로 다가왔습니다.

조사를 마치며: 17세기 거장의 오개념이 내게 남긴 것

현대 과학은 지진파 연구를 통해 지구 내부가 멘틀과 외핵, 내핵으로 채워져 있음을 밝혀냈습니다. 따라서 헬리의 지구공동설은 완전히 잘못된 이론입니다.

하지만 이번 탐구를 통해 저는 과학이 발전하는 방식에 대해 소중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초보자인 제 눈에는 엉뚱해 보이는 이 지구공동설이, 실은 뜬구름 잡는 소설이 아니라 당대의 가장 정밀한 관측 데이터와 물리 법칙을 총동원한 합리적인 학술 연구였다는 점입니다.

틀린 가설이라 할지라도 관측된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모델을 정교화해 나갔던 헬리의 태도야말로 오늘날 과학을 지탱하는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제 길을 걸으며 스마트폰의 지도 나침반이 흔들릴 때마다, 저는 우주 너머가 아닌 발밑 지하 깊은 곳에 거대한 우주를 꿈꾸었던 17세기 천문학자의 뜨거운 열정을 먼저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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