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8월 12일 03:14 UTC, 칠레 아타카마 사막 해발 5,050미터 고원에 위치한 유럽남방천문대(ESO) 산하 아타카마 전파관측소 섹터 B-09의 극저온 헬륨 냉각 수신기에 비정상적인 전파 폭발이 기록되었다.
검출된 주파수는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의 고유 주파수이자 외계 지적생명체 탐사(SETI)의 '물웅덩이(Water Hole)'로 지정된 1,420.405751 MHz(중성수소선)였다. 1977년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의 '와우 시그널(Wow! signal)'과 소수점 6자리까지 일치하는 신호였으나, 신호 강도는 우주 배경복사보다 무려 1,400배 이상 강력한 120dB에 달했다.
그러나 신호가 수신되던 그 순간, 관측소의 모든 천문학자들을 얼어붙게 만든 것은 신호의 내용이 아니었다. 밤하늘의 궁수자리나 백조자리를 향해 있어야 할 25미터 거대 파라볼라 안테나가, 서보모터 소프트웨어의 제한 각도를 강제로 부수고 고도각 -48.2°(지표면 아래)를 향해 수직으로 고개를 숙인 채 땅바닥의 암반을 똑바로 겨누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호는 밤하늘 은하에서 쏟아지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딛고 서 있는 사막 지표면 수천 킬로미터 암반 지하에서 안테나를 향해 위로 솟구치고 있었다. ESO 비상대책위원회는 현장 연구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아래의 [B-09 수신 통제 및 관측원 생존 수칙]을 긴급 발령했다.
| 수칙 항목 | 현장 조치 및 절대 금기 사항 |
|---|---|
| 수칙 1호 [안테나 각도] |
안테나 고도각이 지표면 아래(-45.0° 이하)로 꺾여 있더라도 유압 크레인 레버를 조작하여 강제로 하늘로 들어 올리려 하지 마십시오. 8월 12일 모터 전원을 차단하려던 기술팀장 1명은 안테나 지지대가 순간적인 역위상 인력으로 회전하면서 캣워크 난간 사이에 압착되었습니다. |
| 수칙 2호 [신호 감도 모순] |
안테나를 하늘로 향하게 했을 때 수신 신호 대 잡음비(SNR)는 0dB로 완전 소멸합니다. 신호 강도가 100%에 도달하는 유일한 방위는 안테나 초점(Feed Horn)이 사막의 깊은 지표 균열부를 정면으로 내려다볼 때뿐입니다. 이를 센서 합선으로 단정하지 마십시오. |
| 수칙 3호 [바이너리 디코딩] |
고속 도트프린터에서 출력되는 1420MHz 바이너리 디코딩 용지에 관측소 내부 연구원들의 주민등록번호, 혈액형, 그리고 5분 전 관제실에서 나눈 사적인 대화가 텍스트로 인쇄되더라도 읽지 마십시오. 즉시 출력 용지를 파쇄기에 넣고 전원을 차단하십시오. |
| 수칙 4호 [초점부 백색 서리] |
사막 한낮 기온이 35℃를 넘어서는 시간대임에도 안테나 초점부와 아래쪽 사막 지표면에 영하 80℃의 백색 서리(얼음 결정)가 역방향으로 자라나더라도 손으로 만지지 마십시오. 그것은 수분이 언 것이 아니라 지구 내부 초고압 결정이 응결된 것입니다. |
| 수칙 5호 [지표면 균열 경계] |
안테나 바로 아래 사막 지표면이 방사형으로 갈라지며 붉은 열기와 함께 전파 수신 안테나 형태의 결정질 팔다리를 지닌 미확인 개체가 솟아오르면 즉시 디젤 차량에 탑승하여 해발 2,000m의 산페드로 데 아타카마 기지로 탈출하십시오. 결코 후방 룸미러를 보지 마십시오. |
"본부, 여기 아타카마 B-09. 안테나 7호가 미쳤다. 방위각 모터가 잠긴 채 안테나 접시 전체를 바닥으로 처박고 있다. …그런데 수신기는 과부하로 비명을 지른다. 1,420.405MHz 신호 강도가 120데시벨을 찍었다. …바늘이 하늘이 아니라 땅속을 가리킬 때만 신호가 들어온다. 하늘은 조용하다. 신호는 우리 발밑에서 올라오고 있다."
"실바 박사, 수칙 3호를 준수하라! 프린터 용지를 보지 마라! 지금 즉시 안테나 주전원 스위치를 내리고 관측 돔에서 철수하라!"
"늦었다. 프린터가 종이를 토해내고 있다. 거기에… 어제 사망한 내 딸의 이름과, 내가 10분 전에 중얼거린 혼잣말이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인쇄되고 있다. …그리고 안테나 아래 땅바닥이 갈라진다. 흙먼지 속에서… 거대한 결정질 팔들이 기어 나오고 있다. 수백 개의 눈이 번쩍이며 안테나 초점을 올려다보고 있다. 저건 별을 찾는 게 아니다. 우리를 올려다보고 있는 거다!"
[지구 내핵 발신원 개체(DEEP CORE ENTITY) 지표면 접촉 확인]
03시 26분, 마테오 실바 박사의 마이크를 통해 고막을 마비시키는 1.42GHz 전파 하울링과 암반이 파열되는 굉음이 송출되었다.
관측소 메인 전산실의 전력 모니터링 수치는 찰나의 순간 수백만 볼트의 역기전류를 기록하며 전소되었고, 그 직후 B-09 기지의 모든 연구원 생체 신호는 영구 소실되었다.
사건 발생 직후 유럽남방천문대와 전 세계 14개 지진관측소의 P파·S파 및 전파 간섭계 데이터를 결합하여 신호의 발신 지점을 역추적한 기밀 보고서 [Project: Deep Core Signal Analysis]의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 발신 주파수: 1,420.405751 MHz (수소 원자 자연 복사선)
- 신호 특성: 외계 성간 물질의 도플러 효과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제로(0) 도플러 편이.
- 삼각측량 교차점: "지표면 지하 6,371km. 지구의 기하학적 정중앙인 '고체 내핵(Solid Inner Core)'의 질량 중심점과 오차 범위 0.002% 내에서 완벽하게 일치함."
인류가 60년 동안 밤하늘 외계 행성을 향해 귀를 기울이고 있는 동안, 우리가 찾던 '첫 번째 지적 전파 신호'는 저 먼 우주가 아니라, 인류가 발을 딛고 살아온 지구의 심장부(지구 공동 내핵)에서 지표면을 향해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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