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순찰 구역:
1998년 준공된 지상 63층 높이의 본 건물은 구조 보강용 트러스 층(Truss Outrigger)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층고 1.8미터의 빈 중간층이 발생했다. 건축법상 층수로 등록되지 않은 44.5층은 배관실과 중앙공조덕트가 집결된 암흑 구역이다.
본 문서는 심야 화재감지기 오작동으로 인해 44층 비상계단을 오르는 순찰대원이 '뫼비우스 루프'와 마주쳤을 때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행동 지침이다.
44층 복도 엘리베이터 버튼은 심야 02시 이후 무조건 차단되어 있어야 정상입니다. 만약 3호기 비상용 엘리베이터의 층 표시기에 '44.5'라는 숫자가 적색으로 점등되며 문이 스스로 열린다면, 절대 그 내부를 들여다보지 마십시오.
열린 문 틈새에서는 한여름 에어컨 냉기가 아니라, 사람의 폐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한 미지근하고 비린 36℃의 온풍이 뿜어져 나올 것입니다. 즉시 비상계단 B구역 철문을 열고 계단실로 진입하십시오.
비상계단을 내려갈 때는 벽면에 도색된 층수 숫자를 확인하십시오.
일반 소방 훈련 지침: "비상시 신속하게 아래층(1층 지상)을 향해 하강하십시오."
그러나 44층 비상계단에서는 계단을 내려갈수록 '44.5F ➔ 44.5F ➔ 44.5F'가 무한히 반복됩니다.
100계단 이상 내려갔음에도 계속해서 44.5층 녹색 유도등만 나타난다면, 당신은 공간 왜곡 트랩에 갇힌 것입니다. 즉시 하강을 멈추고 뒤로 돌아 3개 층을 거꾸로 뛰어 올라가십시오.
천장 공조 덕트에서 미세한 붉은색 분진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즉시 N95 방진 마스크를 착용하십시오. 이 분진은 단순 녹가루가 아니며, 체온과 접촉하는 순간 피부 모공 속으로 스며들어 근육 경련을 유발합니다.
허리춤의 모토로라 무전기에서 "치-익… 당직자 김 반장, 지금 방재실에 앉아 계신데… 복도에 있는 당신은 누구입니까?"라는 방재실 상황실장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더라도 절대 응답 버튼(PTT)을 누르지 마십시오. 무전기 마이크를 여는 순간, 복도 끝 스프링클러 헤드 8개가 일제히 터지며 검은 액체가 쏟아질 것입니다.
복도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서울 여의도 밤풍경을 확인하십시오. 국회의사당 돔 지붕이나 한강 다리의 가로등 불빛이 좌우 반전된 거울상으로 보인다면, 당신은 건물 바깥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건물이 당신을 집어삼킨 내벽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때 유리창을 두드리거나 손바닥을 대지 마십시오. 유리창 반대편 어둠 속에서 수백 개의 손바닥이 당신의 손을 향해 마주 닿아올 것입니다.
공조기 분진 수치: 18.4 ppm (위험 농도 초과)
복도 끝 방폭 도어 빗장이 안쪽에서 서서히 돌아가고 있습니다.
현장 상황: 여의도 파이낸스 타워 44층과 45층 사이 비상계단 참에서 야간 순찰 보안요원 박○준(34세)의 근무복 및 마그네틱 출입 카드키 발견.
특이 소견:
의복 내부에는 사람의 신체가 존재하지 않았으나, 옷감 안감 전체에 약 1.2kg 상당의 미세 붉은색 규소 분말이 가득 차 있었음.
현장 계단 벽면에 설치된 44.5층 녹색 유도등 배선을 분해한 결과, 해당 조명은 어떤 전원선도 연결되어 있지 않은 플라스틱 모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2시간 동안 고출력 녹색광을 계속 방출하고 있었음.
"빌딩은 비어 있는 층을 만든 것이 아니다. 빌딩이 스스로 자라나며 사람을 삼키기 위한 소화 기관을 증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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