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 대상:
1986년 8월 12일 한강 하류 조간대 갯벌에서 인양된 남성 사체는 한여름 32℃의 폭염 속에서도 전신이 영하 14℃의 돌처럼 결빙된 상태로 발견되었다. 사체는 부패가 진행되지 않는 대신 표피 아래 근막이 14% 포르말린 수용액 속에서 서서히 팽창하는 기이한 반응을 보였다.
본 문서는 야간 02:00~04:30 사이 단독 당직 검시관이 수조 7호의 해동 과정에서 준수해야 할 유일한 생물학적 격리 매뉴얼이다.
수조 7호의 내부 수온은 항시 3.0℃ ~ 4.2℃를 유지해야 합니다. 냉각 코일이 오작동하여 수온이 0℃ 밑으로 떨어지더라도 수조 안의 액체는 얼지 않으며, 대신 점도가 사람의 혈장과 유사하게 끈적해집니다.
수조 강화유리 덮개 안쪽을 주기적으로 플래시라이트로 비추십시오. 수면 아래 40cm에 잠겨 있는 사체의 파랗게 질린 입술 틈에서 정확히 14초 간격으로 작은 기포가 한 방울씩 피어오른다면, 이는 잔류 공기의 단순 누출이 아닙니다. 유리창에 김이 서리기 시작하면 즉시 배기 밸브를 개방하고 귀를 수조 벽면에 대지 마십시오.
사체의 신원 특정을 위해 우측 수지(손가락) 지문을 채취할 때는 반드시 고무 방부 장갑을 3겹 착용하고 핀셋으로만 손가락 끝을 파지하십시오.
사망 20일이 경과한 익사체의 피부는 차갑고 축축해야 정상입니다. 그러나 잉크 롤러를 엄지 지문에 문지르는 순간, 손가락 끝에서 36.8℃의 미온과 미세한 모세혈관 박동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수조 덮개 상단에 맺힌 수증기 응결 방울은 중력에 따라 아래로 떨어져야 합니다. 만약 물방울들이 천장을 향해 거꾸로 솟아오르며 유리면에 사람의 지문 형상을 만들어내고 있다면, 사체의 안구가 수면 위를 올려다보며 개안(開眼)한 상태입니다.
그 눈동자는 백내장으로 하얗게 혼탁해져 있어야 정상이지만, 당신과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동공이 칠흑처럼 새까맣게 수축하며 당신의 얼굴 각도를 추적합니다. 시선이 겹쳤다면 절대 눈을 감지 말고, 뒷걸음질로 벽면의 차광 스위치를 내려 부검실 전체를 암전시키십시오.
사체 흉부에 부착된 3유도 심전도(ECG) 단자는 법적 뇌사 확인용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평상시 모니터에는 직선 플랫라인(00 BPM)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심야 03시 15분을 기점으로 모니터 스피커에서 "삐- 삐-" 하는 불규칙한 저주파 비프음과 함께 04 BPM ~ 09 BPM의 기형적 심실 파형이 출력되기 시작할 것입니다.
기억하십시오. 심장이 멈춘 지 20일이 지난 시신은 전기 신호를 자가 생성할 수 없습니다. 모니터에 파형이 뜬다는 것은, 부검실 공기 중에 존재하는 누군가의 호흡 주파수를 사체가 흡수하여 모방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즉시 마스크의 산소 농도를 100%로 올리고 숨을 30초간 참으십시오.
포르말린 수조 액면 수위: +180mm 초과 역류
배수 밸브를 잠그지 않을 경우 방부액이 바닥 하수구를 타고 전층으로 역류합니다.
특수부검실은 안전을 위해 반드시 2인 1조로 교대 순회해야 합니다.
만약 당신과 함께 들어온 보조 검시관이 스테인리스 부검대 반대편에서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메스만을 닦고 있다면, 벽면 세척용 대형 거울을 통해 그의 가슴 명찰을 확인하십시오.
거울 속 명찰에 적힌 이름이 거울상(좌우 반전)이 아니라, 당신이 읽을 수 있는 정방향 한글로 인쇄되어 있다면, 그는 방금 전 당신과 함께 방폭문을 열고 들어온 동료가 아닙니다. 수조 7호의 뚜껑은 이미 안쪽에서 열려 있으며, 수조 안에는 빈 가죽 껍질만 떠 있을 것입니다.
담당 감식관: 수석 법의관 최○영 (사망 확인)
현장 상황: 지하 2층 제4특수부검실 바닥에 약 400리터의 흑색 변색 포르말린 용액 유출. 수조 7호의 15mm 방탄 강화유리 덮개는 내부에서 바깥쪽으로 타격되어 파쇄됨.
사체 감식 소견: 수조 내부에서 발견된 익사체의 흉강을 절개한 결과, 폐포 및 위장 내부에서 한강 뻘물이 아닌 인간의 뇌척수액(CSF) 약 1.8리터가 검출됨.
더불어 익사체의 기관지 안쪽에서 플라스틱 물체가 발견되어 적출한 결과, 전날 밤 당직 근무 중 실종되었던 최 법의관 본인의 이름이 각인된 파카 만년필 뚜껑으로 판명됨.
"사체는 차가운 물속에서 숨을 쉰 것이 아니라, 부검대 위에 서 있던 검시관의 폐를 통째로 삼키고 있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