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울릉분지 8광구: 흑조(黑潮)의 심연
[제4편] 올블랙 (Total Blackout)
| 작전 상황 | 메인 디젤 발전기 연쇄 트립 (Total Blackout) 및 거주구 격벽 침투 |
|---|---|
| 통제실 당직 | 선임 공정감독 강태식, DP 운항사 박진석, 3등 기관사 임현우 |
| 선내 전력 상태 | 메인 6,000kW 발전기 4기 전소 // 비상 배전반(Emergency Switchboard) 배터리 18% |
수심 3,000미터 바닥에서 치솟은 거대한 진동은 물리 법칙의 한계를 비웃듯 강철 선체를 찢을 듯 뒤흔들었다.
“쿵—————!!”
그것은 단순한 충격파가 아니었다. 21인치 라이저 파이프를 타고 역류한 미지의 초고압은, 마치 거대한 유기체가 시추선 하부를 틀어쥐고 비틀어버리는 듯한 파괴적인 비명 소리를 동반했다.
중앙 통제실 바닥 전체가 요동치며 조작 패널 위에 놓여 있던 커피잔과 전자기록 차트들이 허공으로 날아가 벽면에 산산조각 났다.
“1번, 2번 발전기 실화(Flame out)! 전압 강하 2,400볼트까지 떨어집니다!”
3등 기관사 임현우가 비명을 질렀다. 그의 손가락이 떨리며 비상 터빈 기동 레버를 짓눌렀지만, 응답 램프는 켜지지 않았다.
“3번, 4번 터보차저 과열 폭발! 배전반 차단기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전류가…… 전류가 역류하고 있어요!”
통제실 천장의 형광등들이 귓전을 찢는 고주파 마찰음과 함께 차례로 파열했다. 팍! 팍! 파바박! 허공에서 쏟아지는 유리 파편과 함께 짙은 전기 타는 냄새가 매캐하게 번져나갔다.
그리고 순간—
완벽한 암흑이 찾아왔다.
메인 디젤 제너레이터 4기(24MW) 완전 트립. 4,160V 주 배전반 버스 폭발로 추진기(Thruster) 8기 구동 전면 중단.
해랑 4호, 자동 선위 유지 시스템(DP3) 영구 상실. 조류 3.2노트에 의해 표류 개시.
해양 시추 업계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악몽. 그 어떤 예비 동력도, 스러스터도, 통신도 살아남지 못한 절대적 정전 상태—**‘올블랙(Total Blackout)’**이었다.
침묵이 선실을 짓눌렀다. 굉음을 내며 회전하던 환기팬들이 멈추자, 선체 외부에서 들려오는 거친 동해 바다의 파도 소리와 기괴하게 삐걱거리는 강철 기둥의 신음이 귀를 때렸다.
벽면 모서리에 매달린 축전지 비상등만이 핏빛 같은 붉은 잔광을 뿜어내며 실내를 음산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선장님…… 저기 모니터 좀 보십시오.”
박진석 운항사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손가락을 뻗었다.
전력이 완전히 끊긴 콘솔 위, 유독 하나의 모니터만이 스스로 켜져 있었다. 해저 밸브와 파이프라인 압력을 감시하는 SCADA 구형 CRT 단말기였다.
외부 전원이 없는 터미널 화면 속에서 녹색 커서가 미친 듯이 깜빡이고 있었다.
> BOP_HYDRAULIC_PRESS: -999.99 BAR [OVERFLOW]
> RISER_TEMPERATURE: -4.2℃ [FREEZING]
> BIO_ACOUSTIC_MASS: 4.8e+06 kg [SURFACING]
> "그들이 문을 열었다. 더 이상 숨을 쉴 필요가 없다."
“누가…… 누가 키보드를 타이핑하고 있는 겁니까?”
임현우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키보드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엔터 키가 규칙적으로 덜컥거리며, 화면에는 알 수 없는 고대 상형문자 같은 기괴한 노이즈 코드가 끝없이 스크롤되고 있었다.
치지직—
그때 벽면의 내부 인터콤 스피커에서 축축한 호흡음이 흘러나왔다.
벽면 모니터에 비친 하부 복도의 광경은 지옥 그 자체였다.
문풀(Moonpool)에서 터져 나온 흑색 원유와 진흙이 복도 바닥을 무릎 높이까지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점액질 수면 위로, 핏기 없는 작업복 차림의 형체들이 관절이 꺾인 채 벽면을 긁으며 중앙 통제실 계단을 향해 기어오르고 있었다.
“선장님…… 문 열어주세요…… 바다가 너무 추워요…….”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사흘 전 머드탱크에서 실종된 최민재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 음성 뒤편에는 수천 개의 젖은 입술이 동시에 속삭이는 듯한 음산한 화음이 겹쳐져 있었다.
쿵! 쿵! 쿵!
통제실 두꺼운 방화 철문 너머에서 거친 주먹질이 시작되었다. 철문이 안쪽으로 우그러지며 틈새로 검은 타르와 역한 유황 냄새가 뿜어져 나왔다.
강태식은 허리춤의 신호탄 권총을 뽑아 들고 창문을 향해 물러섰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칠흑 같은 동해의 허공.
그는 통제실 정면 강화 방탄유리에 자신의 얼굴이 비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창문 바로 바깥, 30미터 허공의 어둠 속에서—
검은 기름을 줄줄 흘리는 거대한 사람의 얼굴이 유리창에 코를 납작하게 짓이기며 통제실 안을 뚫어져라 들여다보고 있었다.
쩌적—! 직경 40mm 3중 방탄유리가 안쪽으로 거미줄처럼 갈라졌다.
그 얼굴의 입이 서서히 찢어지며, 사람의 것이 아닌 날카로운 가시 같은 이빨들이 드러났다.
“자침 레버 풀어!!”
강태식이 절규했다. 이 괴물들이 살아남아 육지에 닿게 둘 수는 없었다.
자침 레버가 격발되며 시추선 하부에서 터져 나오는 연쇄 폭발. 차가운 동해 바다 3,000m 심연으로 가라앉는 해랑 4호와, 그 거대한 강철 무덤을 향해 입을 벌리는 바다 밑바닥의 침묵. 그리고 사건 3년 뒤, 기밀 해제된 해군 심해 수색대의 마지막 인양 테이프에 담긴 차가운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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