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울릉분지 8광구: 흑조(黑潮)의 심연
[제5편 완결] 자침과 심연의 침묵 (The Abyssal Silence)
| 사건 식별 | 1998-동해-8광구-해랑4호-침몰사건 (대외비 1급) |
|---|---|
| 최후 발신 | 선임 공정감독 강태식 ("이것들은 육지로 나가선 안 된다.") |
| 인양 수색선 | 해군 청해진함(ASR-21) 심해 무인잠수정(ROV-3000) |
창문에 짓눌린 검은 기름 얼굴의 턱뼈가 기괴하게 벌어지며, 거미줄처럼 갈라진 40mm 방탄유리가 안쪽으로 비명을 질렀다.
“콰아아앙—!!”
강태식은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붉은 아크릴 안전 덮개를 발로 걷어차 부순 뒤, 굵은 강철 와이어로 묶여 있던 최후의 비상 레버—**[비상 자침 및 하부 발라스트 폭파 장치(Emergency Scuttling Lever)]**를 온몸의 무게를 실어 내리꽂았다.
순간, 수심 25미터 아래 양측 폰툰(Pontoon) 내부 격실에 설치되어 있던 C-4 성형 작약 12기가 연쇄 기폭했다.
거대한 주황색 화염이 폭풍우 치는 밤바다를 대낮처럼 밝혔다.
하부 폰툰이 찢어지며 바닷물이 수천 톤씩 빨려 들어가자, 3만 톤급의 거대한 해랑 4호가 오른쪽으로 35도 급격히 기울어졌다.
통제실 문을 부수고 쏟아져 들어오던 타르 범벅의 형체들이 바닥을 미끄러지며 비명을 질렀다. 그것은 인간의 고통이 아닌, 쉭쉭거리는 파충류의 독기 뿜는 소리에 가까웠다.
“선장님, 살아서 나갈 방법은 없습니다!” 박진석이 기울어진 콘솔을 붙잡고 외쳤다.
“알고 있다.”
강태식은 블랙박스 수밀 컨테이너의 레코드 버튼을 누른 채 조용히 마이크를 입에 가져갔다.
“여기는 해랑 4호 공정감독 강태식. 울릉분지 8광구 해저 3,000m 암반에는 석유가 없다. 반복한다. 그곳에 매장된 것은 석유가 아니다. 그것은 거대한 알이다. 우리는 봉인을 뚫었다. 해랑 4호는 본선과 전 화물을 바다 속으로 자침시킨다. 절대 수색대를…… 보내지 마라.”
해랑 4호, 데릭(Derrick) 타워 붕괴 및 메인 데크 해수 완전 침범.
동경 130도 14분, 북위 36도 48분 해상에서 선박 레이더 신호 소멸.
쿠구구구궁—!!
그러나 바다는 이 강철 무덤을 쉽게 삼키지 않았다.
침몰하는 시추선의 둘레로 반경 1.5킬로미터의 바다가 검게 물들며 거대한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다.
그것은 단순한 와류가 아니었다. 3,000미터 심연 바닥에서 솟구쳐 오른 수억 개의 칠흑빛 점액질 촉수들이 바다 표면까지 뻗어 나와, 가라앉는 해랑 4호를 마치 요람에 감싸 안듯 심해 밑바닥으로 끌어당겼다.
바다는 단 한 조각의 부유물도, 구명조끼도 남기지 않은 채 완벽한 침묵 속으로 닫혔다.
사건 발생 3년 뒤. 2001년 10월.
진해 해군작전사령부 지하 심층 문서고에 등록된 대외비 1급 서류철 하나가 열렸다.
- 제목: 울릉분지 8광구 심해저 해랑 4호 선체 잔해 수색 및 블랙박스 수거 작전 결과 보고서
- 투입 장비: 해군 청해진함(ASR-21) 탑재 무인심해잠수정(ROV-3000)
- 수심: 해저 2,985미터 연약 지반
- 수거 물품: 티타늄 블랙박스 오디오 캡슐 1구, 선교 외벽 잔해 일부
조사단의 잠수정 ROV-3000이 해저 3,000미터의 칠흑 같은 암흑을 뚫고 도달했을 때, 카메라에 잡힌 잔해의 모습은 통상적인 난파선의 모습이 아니었다.
해랑 4호의 거대한 강철 기둥과 갑판은 산산이 부서져 있었으나, 놀랍게도 그것들은 해저 진흙 속에 파묻혀 있지 않았다.
선체 전체가 직경 수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생체 조직의 심장부와 신경망처럼 단단히 뒤엉켜 융합되어 있었다.
강철과 살점, 케이블과 혈관이 하나로 녹아붙은 그 기괴한 복합체는, 영하의 심해 수온 속에서도 3분에 한 번씩 미세한 저주파 진동을 일으키며 숨을 쉬고 있었다.
“선교 통제실 방탄 창문 안쪽에…… 무언가 있습니다.”
ROV 조종사가 헤드셋 너머로 작게 속삭였다.
탐조등 불빛이 깨진 통제실 창틀 안쪽을 천천히 비추었다.
그곳에는 3년 전 자침 레버를 쥐었던 강태식의 잠수 작업복이 강철 격벽에 석회화된 채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잠수 헬멧의 두꺼운 유리 너머에서—
3년 동안 단 한 번도 눈을 감지 않은 백탁(白濁)의 하얀 안구가, ROV의 렌즈를 향해 천천히 정면으로 회전했다.
2001년 10월 22일부로 동해 울릉분지 8광구 반경 15해리 전 해역을 '특수 군사 훈련 및 수심 불명 암초 구역'으로 명명하여 민간 선박의 항해 및 시추 탐사를 영구 금지함.
심연의 문은 닫혔으나, 그들은 여전히 그 아래에서 우리를 올려다보고 있다.
- [동해 울릉분지 8광구: 흑조(黑潮)의 심연] 전 5편 완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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